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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 걸고 나서는 연예스타 취재 (미디어오늘. 2010.3.10)
    언론보도 모음 2014. 1. 9. 05:52

    [미디어현장]

    ‘너희는 누구냐?’ 남들 이야기대로 연예계에서 ‘파파라치식 보도’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반응은 천차만별이었고 지금도 혹독한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옐로우저널리즘의 전형으로 손꼽히는 영국의 대중지나 할리우드를 다루는 미국 가십매체는 고백하건데 건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모델이었다. 이유는 한국의 연예계는 물론이고 연예보도 방식도 이젠 한번쯤 달라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이니셜보도와 아니면 말고식에 당사자의 부인으로 끝을 맺는 열애설 보도는 기존 유명 연예매체들의 관행 같은 보도방식이었다. ‘밀착취재’는 스타들의 열애에 대해 ‘소문이 아닌 팩트를 잡자’는 의욕만으로 시작된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톱스타의 일상을 담기위해 헬기를 띄워 공중촬영까지 감행한다는 전설적인 해외 파파라치들의 무용담은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였다. 

    스타들의 열애에 관한 소문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범인을 잡기위해 장기간 잠복해야 하는 형사와 전혀 다를 바 없다. 더위 혹은 추위를 견뎌내야 하고 때론 배고픔과 생리현상도 참아내야 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순간 포착을 놓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눈은 극도로 피로하고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절정을 이룬다. 

    현장대응력이 부족했던 H양과 K군의 열애현장 포착 당시엔 사진기자와 K군이 돌발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L양과 J군의 승용차 데이트 장면을 담을 땐 J군이 갑자기 급가속으로 차를 몰고 빠져 나가는 바람에 아찔한 사고 위기를 넘긴 적도 있었다. 종군기자도 아니건만 스타들의 열애현장 취재에서는 다소 과장하자면 목숨을 걸어야 할 경우까지 생기곤 했다. 

    톱스타들 상당수가 운전이 매우 거칠어서 취재에 애를 먹곤 한다. 유명가수 I양을 취재할 땐 눈 내리는 올림픽도로를 고급 외제승용차로 고속질주 하는 바람에 고물 국산차로 뒤쫓다 한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톱가수 L양의 경우 고급호텔 수영장에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거금(?)을 주고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방을 겁도 없이 얻은 적도 있었다. 

    스타들의 밀월여행 취재를 위해서라면 외국행도 마다하지 않았었다. 사진으로 명명백백하게 증명할 수 있는 스타들의 열애설을 한 번 두 번 보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많은 노하우들이 축적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해도 생겨났다. 열애보도에 엄청난 경제적 보상이 쥐어지거나 무제한적 취재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소문이 나기도 한 것이다. 

    심지어는 열애보도 사진을 해외에 거액에 판다거나 스타들의 은밀한 장면을 촬영한 비디오나 사진이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들려왔다. 단언하건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 막말로 사진 한 장에 수 백 만 달러씩 받을 수 있는 월드스타가 한국에서 탄생이나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왜 연예인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밀착취재에 목숨을 거는 것일까. 

    아마도 그것은 기자라면 누구나 간절히 원할 수밖에 없는 특종에 대한 욕망 때문일 것이다. ‘연예부기자도 기자냐?’는 비아냥을 이겨낼 수 있는 힘 역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톱스타 열애 보도의 짜릿한 성취감에 기인할 수 있다. 물론 사생활 보호에서부터 한국 연예시장의 특수성에 이르기까지 열애설 밀착취재에 대해 논란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거대 엔터테인먼트산업으로까지 성장한 연예계와 그 세계를 움직이는 톱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감시, 견제하는 연예매체의 숙명은 이제 받아들여할 때가 아닐까. 

    톱스타와 소속사들은 할리우드식 대접을 원하면서 파파라치식 보도에는 난색을 표하는 것 역시 역설이다. 연예매체들이 소속사의 보도자료나 소화하며 천편일률적인 홍보지가 되는 것은 모두가 원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연예매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답으로 찾은 것이 바로 밀착취재다. 

    스타의 사진 한 장만 잘 찍으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파파라치는 엄밀히 말하면 아직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열애현장을 쫓는 연예기자들이 흥신소 직원은 더더욱 아니다. 열애현장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톱스타의 이미지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해 보고 들은 사실마저도 정화하는 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연예매체로서 최소한의 예의이고 스타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파파라치식 보도는 앞으로 늘면 늘었지 결코 줄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처음엔 서툴렀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젠 서로가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한국식 파파라치 보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사진 한 장일지 모르지만 거기엔 연예기자들이 자신의 일상마저 희생한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원문보기 http://bit.ly/1er8oOk >


    * 시간이 흐르면 자료정리는 어려운 수준을 넘어 불가능해지기 마련인듯 싶다. 문득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모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재직했던 매체에서 이 글을 쓸 때 사용된 저 사진은 독일 비너스페어(아는 분들만 알 수 있는 국제적인 19금 행사) 취재 갔을 때 찍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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