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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요계 재림한 지상파 권력 <나는 가수다>
    기자들 떠들다/scoop desk 2011. 6. 6. 05:19


    매주 첨예한 이슈를 생산해 내는 <나는 가수다>를 개인적으로는 본방사수를 해보질 못했다. 음악에 그리 열정적으로 관심이 없는 탓일 것이다. 외면하지 못하고 재방이라도 곁눈질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왜 그렇게 대단한 뉴스가 되는가>를 확인해 보기 위한 의무감 같은 것이었다.

    가수들의 열정적인 노래에 눈물 흘리는 관객들. 감동적이고 음악의 위대한 힘이 새삼 대단함을 느낀다. 그러나 더욱 대단한 것은 지상파 권력의 위대함이다.

    MBC는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를 통해 아이돌 중심의 가요계 문화의 판을 바꿨다. 자사의 간판뉴스를 통해서도듭 자화자찬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요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곁에 있었던 그들에게 간판 프로그램과 황금시간대 프로그램을 내주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만으로도 황송해해야 하는 것일까. 오랜세월 오로지 시청률을 중심으로 일방적인 문화편협성을 보여온 방송관행은 그대로 묻어두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방송사가 복고의 코드를 읽은 것은 물론 현명함이겠지만 요즘 아이돌들의 음악적 감성부재의 빈틈이 없었다면 성공을 장담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케이블채널의 <수퍼스타 K>가 없었다면 당연히 <나는 가수다> 역시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 백방보다 지상파 한방이 낫다>(케이블에 백번 방송되는 것보다 지상파에 한번 방송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는 연예계의 통설을 볼 때 <나는 가수다>는 출연가수들에게 로또복권이나 다름없는 기회였다. 직업적인 가수들마저 점수를 매겨 순위를 매기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벌렸음에도 용서받을 수 있는 이유다.

    그 댓가로 지상파 방송은 아직도 쟁쟁하게 살아 숨쉬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만끽했다. 이미 흘러간 노래를 줄줄이 히트곡으로 부활시켰고 음원시장 마저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을 다시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지상파는 종편시대라는 무한경쟁을 앞두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수퍼스타K>의 위세를 누르진 못했지만 <세시봉>을 앞세운 복고문화의 재건과 <나는 가수다>의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 셈이다. 적어도 가요계는 당분간 지상파의 위대함에 경의를 표하고 살 수밖에 없다. 

    <나는 가수다>의 최대 수혜자인 임재범의 신화는 <무조건 유명해져야 한다>는 필립 코틀러의 <퍼스널 마케팅의 법칙>을 그대로 구현했다. 음악적 고집이었든 개인적 판단이었든 전설처럼 은둔해 있던 가수의 지상파 점령은 감동적인 성공스토리를 썼다. 수십년간 아무리 열심히 음악을 하고 공연을 해도 지상파 방송 한두번의 힘이 더 위력적임을 새삼 입증해 보인 셈이다.

    가난이 죄인 것처럼 무명은 죄일 뿐이다. 옥주현의 논란 역시 가창력을 떠나서 관객동원력이라는 매력 때문에 뮤지컬계에 무혈입성한듯한 전력에 근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노래 하나에 목숨을 걸고 사는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고 싶을까.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나는 가수다>에도 <위대한 탄생>의 <백청강 성공신화>같은 코드가 겸비됐으면 한다. 대중들이 정말 모르고 있지만 프로들은 진짜 실력을 알고 있는 그런 무명가수 한두명 쯤에게도 기회를 주면 어떨까. 아니 <나는 가수다> 출연자 중 한명쯤은 투표라도 해서 시청자 대표로 출연시키면 안될까.

    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국회청문회 못지 않은 검증이 이루어지는 <나는 가수다>는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의 차원을 이미 넘어선듯 하다. 언제까지 흥행몰이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상파의 위대한 권력이 좀 더 평등하게 폭넓은 기회를 주는 배려심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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