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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쓰기를 미루면 결국 못쓰거나 불량품이 되기 쉽다
    기자들 떠들다/scoop desk 2011. 11. 28. 03:17


    매주 일요일 버릇처럼 저녁이나 새벽에 출근하곤 한다. 어차피 집식구들은 잠에 빠질 시간이고, 주말을 함께 했으니 부담도 없다. 홀로 새벽에 디스패치 사무실에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생산적이다.

    잡념도 하고, 책도 읽고, 서핑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자유롭게 때우다 보면 뭔가 또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과도한 흡연으로 밤새 족히 담배 한갑 이상은 날아가는듯 하다)

    좋은 아이디어는 책상 앞이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이 결코 아니라던가. 다행스러운 것은 디스패치 사무실은 놀이터나 남성 전용 휴게실 같은 편안함이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좀 우울모드였던 새벽. 지난주 만났던 <트로트 가수 차수정>에 대한 인터뷰를 썼다. 입에서 방언 터진듯 자판을 두들겼다. 원래 스타일 자체가 글을 오랜시간 쓰지 않지만 진짜 일필휘지로 쓴듯하다.

    기자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겠지만 쓸 기사를 미루면 결코 출고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인터뷰는 더더욱 그렇다. 아무리 기록을 잘해놓고 녹음을 해놓는다 해도 소용없다. 이유는 만남에 대한 생생한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희미하게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감정이 사라진 자료만을 들고 뒤늦게 기억을 떠올리며 쓰는 글. 여기에 무슨 생생함이 있겠는가. 이렇게 떠들고 나니 나는 무슨 대단한 인터뷰라도 썼을까 싶다. 나의 또다른 고민은 의외로 여기에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꽤 오래전부터 그랬지만. 나의 글쓰기는 기계적이 된지 오래다. 아마도 언론사에 근무하며 생계형 글인 기사를 써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겁한 변명일지 모르겠으나 실로 그렇다. 어느 순간 득도한듯 원고분량에 대한 부담 따위는 사라졌다.

    마감시간이 주어진다면 글에는 더욱 속도감이 붙는다. 너무 빨리 써서 함량미달의 글이 나올까 스스로 걱정될 때마다 스스로 위로한다. <안쓰는 것보다는 낫다!>

    돌이켜 보면 인터뷰를 하고 난뒤에도 솔직히 시간이 너무 지나 출고하지 못한 글도 있었다. 그 사람, 기사가 수시로 쏟아지는 톱스타도 아니었으니 얼마나 기사를 기다리며 욕을 했을까. 묵혀둔 인터뷰의 경우 빚쟁이 같은 독촉 때문에 허겁지겁 쓴 경우도 있었다.

    최소한의 기사 양식만 맞춘 글. 아마도 그런 기사는 불량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인터뷰 대상에게서 나도 모르게 빨아들였던 감정 따위는 모두 잊었을테니까. 아마 최소한 원고 분량을 줄이기 위해 언급해야 할 내용도 모두 건너 뛰지 않았으면 다행인 글이었을 것이다.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몇개 있다. 아마도 내년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써야 할 것 같다. 기사쓰기를 미루면 결국 못쓰거나 불량품이 되기 쉽다.

    상대에 대한 감정이 흩어지기 전에. 출고와 상관없이 절대 미루지 말고. 인터뷰만큼은 생생할 때 써둬야겠다. 오늘따라 갑자기 왜 이런 반성문을 쓰게 됐는지 생뚱맞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니 공유할만 하지 않을까.

    <사진=트로트 가수 차수정. 아, 요즘 트위터가 집에 노출됐는데 공연히 오해할까 이제 와 걱정된다. 예쁜 여가수 기사 쓰려고 밤에 나가서 밤샜냐고.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반성까지 했냐고. 이래서 오해받을 짓은 아예 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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