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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음의 시대 끝난 뒤에도 살아남은 '술 귀신' 이야기
    기자들 떠들다 2022. 1. 27. 05:44

    술을 부으면 벚꽃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술잔. 한번 써보고 지금은 용도를 잃은 채 방치돼 있다.

    술 귀신이 있었다. 고된 일로 하루 하루를 사는 한 남자. 유일한 즐거움은 술이었다. 고통과 피로를 풀고, 위로 받았다. 술 귀신은 그 남자를 선택했다.

     

    남자가 술을 마시면, 술 귀신도 행복했다. 하루는 술 귀신이 생각했다. '남자가 돈을 벌어 부자가 된다면? 매일 술을 마음 껏 마시겠지?'

     

    술 귀신은 재주를 부렸다. 남자에게 돈이 벌리게 했다. 부자로 만들었다. 웬걸? 부자가 된 남자는 변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었다. 

     

    남자는 결국 술을 끊었다. 화가 난 술 귀신은 복수했고 남자를 떠났다. 부자였던 남자는 한순간 가난뱅이가 됐다. 다시 술을 마셨냐고? 글쎄, 모르겠다.   

     

    중국에서 유래된 이야기로 기억한다. 출처는 잊었다. 언젠가 읽은 책 속이었는지,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분명한건 술 귀신 이야기를 오래도록 써먹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빼곤 거의 매일 음주일이다. '술 잘 마시면 일도 잘한다?' 말도 안되는 공식이 통용되던 시대도 있었다. 

     

    술 권하는 사회! 술 마실 핑계는 많았다. 아니 핑계를 만들었겠지. 술 귀신은 그 어디쯤에서 등장했다. 혹시 술 귀신의 선택을 받지 않았을까? 술 귀신이 부자로 만들어 주진 않을까?

     

    술 귀신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 마법램프 요정처럼 튀어 나오지도 않는다. 위안이라면 여전히 좋은 핑계꺼리다. 술 귀신을 떠나 보낼 수 없는 이유?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과 비슷하지 않을까?

     

    폭음의 시절은 끝났다. 음주자들은 줄고 있다. 디스패치는 오래 전 회식을 없앴다. 회식이 노동의 연장이자 사역 일수도 있음에 공감했다.

     

    그럼 누구랑 마시냐고? 술이 필요한 자리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언젠가부터 1인 1병 '각병 음주'를 한다. 주종, 주량 모두 스스로의 선택이다. 

     

    자신의 음주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상대의 빈잔을 채워주는 부담감도 없다. 건배는 한번만 한다. 어색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족도가 높다. 누군가의 술이 남더라도 아까워 하지 않으면 된다.   

     

    <미치게 만드는 브랜드>(에밀리 헤이워드 지음)란 책에는 '왜 분석법'이 나온다. 왜 분석법의 끝은 항상 죽음의 공포 라고 한다.

     

    [왜 분석법]

    - 말이 느리면 왜 문제인가? 👉 여기저기 다니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멀리 갈 수도 없으니까.

    - 그게 왜 문제인가? 👉 인생을 즐기거나 뭔가를 이루는 데 쓸 수 있는 시간을 길 위에 버리게 되니까.

    - 그게 왜 문제인가? 👉 왜냐고? 곧 죽을 텐데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이 짧은 인생을 말 위에서 허비할 수는 없잖아!

     

    술 귀신 이야기에서 죽음의 공포를 발견한다. 남자는 왜 자신이 한순간 불행해 졌는지 알았을까? 술 귀신의 존재를 알았다면 술을 계속 마셨을까? 부자가 된 뒤 오래 살고 싶었던 욕망을 포기 할 수 있었을까?

     

    술 귀신으로 브랜드를 만들거도 아니고. 새벽 바람에 왜 이 짓을 하고 있냐고? 오늘은 목요일. 블로그에 글을 마감하기로 작심한 탓이다. 아, 다행인건 죽음의 공포를 중심으로 모든 브랜드를 만들 필요는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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