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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낚시질' 역사는 초딩 때부터 시작됐을까?
    기자들 떠들다 2022. 2. 3. 18:30

    '또 낚였네...'

    페이스북 뉴스피드 등에서 종종 느끼는 가벼운 좌절감. 짧은 순간 판단력은 늘 의문의 승패를 기록한다. 클릭 욕망을 기막히게 자극하는 단어와 제목, 멘션들. 과장, 왜곡, 선정성이 가득한 세계. 

     

    <팔리는 브랜드에는 공식이 있다-스토리의 과학> (킨드라 홀 지음)을 보면 스토리텔링의 3요소를 이렇게 꼽는다.

     

    주의 끌기 👉 영향 미치기 👉 바꿔 놓기

    온라인 미디어에서 스토리란 기사 혹은 콘텐츠다. 스토리란 곧 제목에서 시작된다. 제목이 주의를 끌지 못한다? 독자를 만나지 못한다!

     

    객석에 관객이 없는데, 공연이 의미 있을까? 서커스단이 공연 전, 요란하게 북치고 장구치며 시선을 끌었던 이유다. 제목은 주의 끌기이자 호객이다. 클릭으로 행동이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 없다.

     

    오래 전, 초등학교 시절 국어시간. 문단 나누기와 제목 붙이기(요약 하기?)를 배웠다. 지금도 교육하는 지 알 수 없지만. 국어를 가장 재미없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훗날 그 방법이, 그 기술이 밥벌이가 될 줄도 몰랐다. 종이신문에는 편집부가 있다. 지면을 꾸미고 기사에 제목 붙이는 일을 한다.

     

    정확하고 알기 쉽게! 원칙은 그렇다. 글자수 제한과 싸우면서 주제목과 부제목을 단다. 컴퓨터 조판과 온라인 시대엔 글자수 제한이 유명무실 하다. 무한정 긴 제목만 아니라면 어떻게든 구겨 넣을 수 있으테니까.

     

    길거리에 신문을 내다 팔던 시절을 떠올려 보라. 신문 1면에 실린 사진과 제목이 얼마나 중요했겠는가. 지하철 가판대에 늘어선 스포츠신문을 샀던 때가 있었다. 어떤 신문을 살까? 고민은 뉴스피드 게시물 중 어떤 걸 클릭 할까와 다르지 않았다.

     

    연예인 A양 B군, 헐벗은 금발 여인, 스포츠. 이른바 3S 정책과 황색저널리즘은 맞닿아 있던 적도 있었다. 

     

    <3S 정책 : 3S, 즉 스크린(screen:영화), 스포츠(sport), 섹스(sex)에 의한 우민(愚民)정책.
    대중을 이와 같이 3S로 유도함으로써 우민화하여, 대중의 정치적 자기 소외,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지배자가 마음대로 대중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말한다. 식민지정책에 있어서 순치(馴致)정책의 한 전형이다.> (네이버, 두산백과)

     

    한껏 거창해 보이지만 좀 수정돼야 할듯 싶다. 영화, 스포츠, 섹스로 대중이 우민화 되고 조작되는가? 현재를 비춰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본질은 언론사나 미디어가 돈을 벌어야 하는 조직이라는 데 있다.

     

    돈만 된다면 정치든 사회든 그 이상까지 모두 내다 파는게 생리다. 실제로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모든 소셜미디어와 언론사 그리고 개개인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온라인은 만인의 장터가 됐고, 주의를 끌지 못하면 돈을 못번다.

     

    미국 온라인 미디어 '버즈피드'는 한때 온라인 트래픽을 쓸어 모았다. 똑같은 내용의 기사로 정통 언론사 대비 몇배, 수십배, 수백배 트래픽을 올렸다. '온라인 소매치기'로 불리기도 했다. 그들은 포장이 달랐다. 제목이 달랐고, 형식이 달랐다.

     

    MZ세대의 용어, 그들이 끌리는 표현이 있단다. 그것을 갈파 할 수만 있다면? 언론사나 미디어가 아니라도 누구나 트래픽을 향해 뛰어들고 있다. 그 시작은 제목 잡기다.

     

    자신이 쓴 글,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해 봤다면. 단어 하나라도 써서 제목을 붙였을게다. 그 순간의 고민만큼은 솔직히 모두가 동일하지 않을까?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바로 그때 제목 낚시의 욕망이 혀를 내밀 수 있다. 

     

    초등학교 시절 문단 나누기와 제목 잡기는 수업 중 하나였다. 글쓰기와 제목 잡기를 직업으로 삼았을 때, 상황은 사뭇 달랐다. 조중동 신문을 갖다 놓고 하얀 A4 용지를 잘라서 제목만 가렸다. 기사 내용만 보고 제목을 잡아야 했다.

     

    정답 아닌 정답이 하얀 종이 밑에 숨겨져 있었다. 퀴즈 놀이 삼아 한번쯤 해봐도 좋다. 글쓴 사람과 편집자의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물론 트래픽에 도움되는 제목 잡기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멘션 쓰기를 배우는 게 더 유익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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