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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먹기, 책 읽는 방법, 디지털 기억법
    기자들 떠들다 2022. 2. 5. 18:04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떨어진다? 늙으면 뇌가 나빠진다? 의학, 과학이 동원된 찬반양론들이 많다. 어쨌거나 기억력과 뇌를 탓하긴 싫다.

     

    스스로 멍청함을 인정하기 싫음이다. 나이 핑계가 더 그럴듯 하지 않은가. 책을 읽는 속도가 나름 빠른 편이다. 다만 기억력이 좋지 않다. 

     

    책은 항상 묘한 고민을 준다. 

     

    1. 쉽게 버리지 못한다. (다시 한번 찾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거의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2. 책값 때문에 갈등한다. (술값, 밥값은 본능처럼 낸다. 책값은 항상 비싸다고 느낀다.)

    3. 줄긋기를 못한다. (그저 오염되는 게 싫다. 정작 나중에 필요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

     

    언제였을까? 책읽는 방법이 변했다. 떨어지는 기억력과 줄긋기를 싫어한 탓이다. 줄긋기 대신 책 모서리를 접는다. 페이지를 펼치면 모서리는 네곳이다.

     

    좌 상단, 좌 하단, 우 상단, 우 하단. 줄긋기 하고 싶은 페이지에서 가까운 책 모서리를 접는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 위 아래가 불룩해진다. 접혀진 부분엔 틈이 생긴다.

     

    편집점이 생긴 셈이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다시 찾아볼 때 유용했다. 책 시작, 중간, 끝! 그 중 어디쯤인지 알고만 있다면! 그것도 모를 땐 책 한권에서 접힌 부분을 모두 훑어야 한다.

     

    주된 책읽기가 비소설이기 때문일까? 최근엔 모서리 접기만으론 한계가 왔다. 정리도 안되고, 기억도 안나고. 결국 모서리 접기는 노트요약으로 이어졌다. (독후감 쓰기를 그렇게 싫어했건만...) 

     

    영화 '메멘토' 주인공만큼 심각한 건 아니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온갖 곳에 메모를 한다) 이제와서 자기계발 책 등이 부르짓는 메모 성공론을 믿지도 않는다. 단지 기억의 문제다.

     

    스마트폰을 제몸 처럼 품고 사는 세상. 폰 메모도 쓰고 있고, 에버노트나 노션도 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중요 내용을 손글씨로 옮겨 적고 있다니.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뒤엉킴일까.

     

    디지털 기억법은 독서의 모서리 접기와 다르다.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는 뉴스와 소셜플랫폼 정보들. 스마트폰에선 스크린샷을 한다. 필요한 부분에 줄긋기 하듯 동그라미로 표시한다. 간혹 링크를 텔레그램 '저장한 메시지'에 날려 놓기도 하지만...

     

    책에 줄긋기와 다르게 스크린샷은 그 어떤 낙서도 가능하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스크린샷들은 조각조각 시간순으로 사진보관함에 담긴다. 다시 찾아 보기에 빠르고 간편하다.

     

    단점은 오랜 시간이 지난 스크린샷은 찾기 어렵다. 언제쯤인지 대략 시기라도 알아야 편해진다. 역시 최소한의 기억력 문제다.

     

    기록, 정리, 분류.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적일까? 오히려 기계적인 행위에 가깝지 아닐까?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정확도를 잃을 위험이 있다. 아날로그식이든, 디지털식이든 어떻게든 기억을 붙잡고자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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