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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으로 만난 고양이 가족과 함께 살기
    기자들 떠들다/scoop desk 2011. 8. 8. 07:13


    7월27일 오후 11시 쯤 새끼 고양이가 사고로 죽었다. 새끼 고양이는 올 초, 디스패치 사무실 입주 후 언젠가부터 건물 뒤 보일러실 지붕을 무단점거한 도둑 고양이가 낳은 세마리 중 한마리였다.

    새끼 고양이는 퇴근 길에 나선 모 기자의 발에 밟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했다. 아마도 사인은 두부 및 내장 파열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왜 하필 고양이 가족이 문 앞에 모두 모여 웅크리고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동물적 감각은 인간이나 고양이나 그 순간만큼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날은 공포영화 <기생령>의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에 출연한 후배 박성민을 위해 늦은 시간이지만 축하주를 마시려던 때였다. 

    졸지에 축하주 자리는 새끼 고양이를 하늘로 보내는 상가집으로 변했다. 피가 낭자한 문 앞 사고현장은 흙으로 덮혀졌다. 나무 세그루가 서있는 건물 앞 주차장 화단은 새끼 고양이의 무덤이 됐다. 

    디스패치 사무실 공사를 할 때 였다. 화단을 파내 주차자리를 하나 더 만들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노인네들의 말을 들으니 나무를 함부로 없애면 안된다고 했다. 미신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 때문이 아닐지.

    결국 나무 세그루와 화단은 살아 남았고 새끼 고양이를 품었다. 과실이지만 새끼고양이를 자신의 몸무게로 짓누른 후배는 나무십자가를 직접 만들어 정성껏 묘를 꾸몄다.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했다.

    술자리에서는 이번 새끼 고양이의 죽음을 두고 이런 저런 의견들이 분분하게 오갔다. 검도 5단의 실력에 샤머니즘 쪽에 조예가 깊은듯한 박성민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디스패치 사무실 기운은 좋다. 여기 있는 사람들과 사대가 딱 맞는다. 하지만 워낙 기가 쎄서 쇠로 그 기운을 좀 눌러줘야 할 것 같다. 고양이의 혼도 달래고..."

    쇠라... 새끼고양이의 죽음으로 인해 디스패치 사무실엔 칼을 한자루 갖다 놓기로 했다. 종교적인 사람들은 절대 이해 못할 일을 그날 밤 무지하게 진지하게 논의했다. 

    다음날, 기자들은 회의를 통해 죽은 새끼 고양이 가족은 부양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도둑고양이가 아니라 디스패치 식구들이 된 셈이다. 보일러실 지붕 위에는 밥그릇과 용변을 처리할 도구들이 차려졌다.

    남은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위해 사진팀장 덕사마는 공을 매달아 주기도 했다. 고양이들은 밥 때가 되면 귀신같이 모여들고 순식간에 비워 버린다. 아직까지도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돌이켜 보니 천방지축 술에 빠져 살던 20대 청춘의 어느 날. 고양이가 아닌 금붕어를 죽인 일이 있다. 작은 어항에 있던 금붕어 한마리였다. 술에 만취해 그만 금붕어에게도 소주 한컵을 어항에 따라줬었다. 

    술에 깨고 보니 금붕어는 죽어 있었다. 종이로 관을 만들고 가장 큰 나무 아래 묻어줬다. 그리고 또 술을 마셨다. 그때 이후 두번째로 인간이 아닌 존재를 위해 장례를 치른 셈이다. 

    지난 토요일 아침, 귀가해 주차장 문을 여는데 그곳에 작은 새앙쥐 한마리가 죽은채 옆으로 누워 있었다. 주변에 나뒹구는 족발 뼈. 아마도 고양이가 한 짓 같았다. 

    새앙쥐 장례도 챙겨야 했을까. 죽은 새끼 고양이의 메시지일까. 잠시 고민하다 인근 하수구에 새앙쥐의 사체를 버렸다.

    군에 있을 때 이른바 '매화장 보고서' 한장으로 처리되는 자살군인의 시체를 세번인가 지킨 적이 있다. 장례식장을 경비하는 것이 부대의 임무였던 탓이다. 처음엔 술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철없이 자원해서 간 적도 있었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죽음, 시체.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여전히 익숙해 지지 않는다. 지난 몇번의 악몽들이 꼬리를 물고 자꾸 새끼 고양이와 연결되려고도 하고.

    아직도 새끼 고양이가 죽은 자리엔 그때 피를 덮기 위해 뿌려진 흙이 남아있다. 하루 하루 가다 보면 점점 감정도 더뎌질 것이다. 억울하게 죽은 새끼 고양이의 영혼을 달랠 글이라도 남겨주려 했는데...

    역부족이다. 어쨌든 남은 고양이 가족들은 잘살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도둑고양이처럼 살진 않아도 될 것이다. 이로 인한 행불행을 쉽게 점칠 순 없지만 어차피 불가지론의 세계를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 아, 후배들이 고양이 이름도 지어줬다는데 그걸 아직까지 외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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