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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플>이든 <선플>이든 <기사 댓글> 없으면 안될까?
    기자들 떠들다/scoop desk 2011. 4. 3. 04:33

    온라인 미디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댓글이다. 댓글은 온라인 미디어에게 있어 오프라인 미디어와 차별화 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존재다. 이른바 독자와의 교감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댓글놀이>는 이제 끝낼 때가 됐다. 새로운 연예뉴스 <디스패치>를 만들면서 우리는 실제로 이런 목표를 현실화 했다. <디스패치> 기사엔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온라인 미디어라면서 그렇다면 독자와의 소통을 포기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세상은 변했고 이제 기사에 대한 교감은 다양한 SNS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굳이 댓글달기 기능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디스패치>를 시작하기 이전 언론사 닷컴에 재직시, 회의 때마다 지겹도록 올라오는 이야기가 <광고성 댓글>에 대한 문제였다. 독자와 소통한다는 도구가 악성 바이럴 마케팅 업자들의 먹이감 역할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언론사 홈페이지의 댓글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 조회수가 수만, 수십만 이상을 기록해도 달리는 댓글은 그리 많지 않다. 아마도 결정적인 이유는 포털에서 댓글놀이가 모두 끝나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손쉽게 댓글을 포기하지 못한다. 마치 댓글은 꼭 있어야 할 기능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언젠가부터 댓글을 확 없애버리고 싶었고 그것을 <디스패치>에서 현실화 했다.


    많은 연예인들을 직접 인터뷰한 적도 있고 그들이 속내를 털어놓은 기사들을 읽어 보기도 했다. 한때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제목들이 <악플>에 대한 상처를 운운한 것들이었다. 악플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악플 때문에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섬뜩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기사 밑에서도 역시 또다른 댓글놀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익명성의 댓글은 때때로 위대하기도 하지만 잔인할 정도로 폭력적이기도 하다. 온라인 미디어 기자들 역시 댓글에 있어서는 고문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원들 못지 않게 단련돼 있다.

    간혹 악플에 대한 대응법을 연예인이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 대답해 줄 수 있는 것은 딱 두가지다. 첫째 보지마라, 둘째 보도라도 신경 쓰지 마라. 무플이 가장 무섭듯 무대응이 가장 좋은 대책인 셈이다.

    말은 이렇게 해놓고 사실 나 자신도 댓글에서는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수천개의 바늘이 피부 숨구멍 하나마다 쑤셔댄다면 견딜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있겠는가. 기사에 달린 악플을 보며 혼자 욕을 해대고 무대응하는 척 하지만 이미 뇌 속과 마음 속에 각인된 언어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 중금속처럼 남아있을 뿐이다.

    댓글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한 것은 결국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두곳이다. 그리고 댓글놀이는 언론사에서 출고하는 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선플 달기 운동>도 의미는 좋지만 금연캠페인처럼 실효는 거두기 힘들다. 명쾌한 해결방안은 기사에 댓글다는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기사 댓글은 이니셜 기사의 해답지이기도 했고, 소문의 근원지이기도 했다. 물론 이른바 네티즌 수사대들의 혁혁한 공로가 돋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이라는 미명하에 더이상 집단을 이용해서는 안될 시점이 온 것 같다. 댓글 실명제 역시 그다지 효력을 발휘하진 못했다.

    댓글을 없애면 트래픽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클릭 한번만으로 기사를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보낼 수가 있다. 댓글놀이를 하고 싶다면 거기서 해도 충분할 것이다.

    기사에 대한 독자의 의견, 실시간 교감 등은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댓글달기 방식은 이제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사에 대한 댓글만큼은 폐지 할만한 가치가 있다. 기사 댓글이 없어진 온라인은 최소한 지금보다 정화된 상태가 될 것이다.  

    온라인 카페라도 하나 만들고 댓글 폐지 운동본부라도 하나 차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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