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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명 달리한 후배기자 박현, 부고기사를 갈음한다
    기자들 떠들다/scoop desk 2012. 5. 30. 21:00





    죽음 앞에서는 어떤 것도 의미를 갖기 어렵다. 기자생활을 꽤 오래 했음에도 제대로 된 부고기사 한번 써본 일이 없다. 외국 유수한 매체에서는 유명인들의 부고기사를 미리 작성해 둔다고 한다. 남의 삶과 죽음을 두고 쓴 글에도 잘쓰고 못쓰고 가치가 매겨진다. 산 사람에게나 의미있을 글들이건만.


    한때 후배기자였던 박현이 오늘 아침 유명을 달리했다. 지병으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있은 뒤, 수술로 병세가 완전히 좋아졌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늘 그렇듯 이내 일상으로 돌아와 잊고 있었고, 부고는 스마트폰으로 갑자기 전해졌다.


    박현이 여전히 기자였다면 자기 매체에라도 부고기사 한줄 정도는 실렸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만은. 수년 전 박현은 기자 대신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스포츠를 편집하는 회사원을 선택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때 기자 후배였던 박현의 부고기사를 갈음하기 위해서다. 할 줄 아는게 기계식 글쓰기가 전부인 탓에 후배 죽음 앞에 해줄 수 있는 것도 그저 끄적대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언젠가 뒤져 보고 추억한다는 것이 글과 웹의 효용성이 아닐지.   


    박현과는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뚜렷한 기억 하나는 언젠가 서로가 낯설 때, 광화문에서 기자들 여럿이 뭉쳐 술에 취했다는 것. 사내들끼리 몰려서 어디론가 향했다는 것. 맞을까? 가물가물하다.


    스포츠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박현이 스포츠에 빠져 산다는 정도는 알았다. 스포츠서울닷컴에서 박현이 전직을 한 후 얼굴을 보거나 연락을 할 일은 거의 없었다. 한공간에 사는 기자 선후배가 좀 나은 관계였고, 그 후엔 전 직장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 정도였을 것이다.


    어느 결혼식에선가 한번 마주쳤을 것이고, 입버릇처럼 연락 좀 하고 지내자고 했을 것이다. 죽음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오래도록 살다가 어쩌면 서로의 소식조차 몰랐을 것이다. 약속 잡듯이 내일 문상을 가기로 했다. 그를 기억하는 기자 선배와 동기들이 함께 갈 것이다. 얼마만인지 모를 오랫만의 대면이 액자 속 사진과 산 사람의 마주함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박현을 추억할 것들은 아쉽게도 그리 많지 않다. 다행은 그가 일했던 네이버에서 기자 박현을 추억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포츠서울닷컴 박현>을 뉴스에서 검색하자 2006년 11월 기사부터 쭉 쏟아진다.


    <"혼혈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박현이 임근호기자와 함께 쓴 혼혈 농구선수 마리아 브라운의 기사도 있다. 2011년 6월 1일엔 점프볼에 인터뷰 기사도 실렸었나 보다. 


    <농구 소식 궁금한 자, 이곳에 오라, 네이버 농구 섹션 에디터 박현 과장>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니 박현기자 때 모습이 보다 선명해 진다. 그는 인터넷 시대를 살았고 한때 자신이 좋아하던 스포츠에 대해 글을 썼었다. 그를 추억하는데는 몇초의 검색시간만 필요하다. 기자 박현을 기억하는 산사람을 위한 위로라면 위로다.


    부디 좋은 곳으로 잘가라. 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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