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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최진실 사인에서 추억을 발견하다...
    기자들 떠들다 2011. 4. 11. 02:14


    전혀 인연이 없던 누군가를 자신의 인생 속에서 발견한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래된 연인처럼 살아 숨쉬는 누군가가 있다.

    최.진.실...아마도 기자란 직업을 가지지 않았다면 그를 이렇게 기억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를 처음 알았던 것은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남보다 늦게 군대에 갔을때 고참들이 취침 시간 이후 드라마에 열광할 때 바로 그때 그녀의 존재를 알았다.

    아마도 <질투>란 드라마가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이후 난 기자가 되어 그를 기억하게 됐다. 그리고 어디선가 그녀가 서울 금호동이란 동네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동.네. 척박했던 금호동의 삶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를 관통한 삶의 일부였다. 어쩌면 서로가 같은 공간에서 어려운 추억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녀가 금호동에서 한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인연도 없이 정감을 느끼곤 했었다.

    공교롭게도 최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은 그녀가 세상과 인연을 끊고 난 후 였다. 허겁지겁 현장으로 달려가 기사에 목메고 있을 때 난 잊지못할 상처를 얻게 됐다. 그녀의 운구가 자택에서 옮겨지는 모습을 취재하다 턱이 찢어졌다.

    아파트 담장 위에 서 있다 급하게 이동하느라 점프를 했는데 그만 턱이 담장에 걸려 버렸던 것이다. 애써 호기롭게 버티고 병원도 가지 않은 탓에 그날의 상처는 보이진 않지만 턱 밑에 색깔없는 문신처럼 남아있다.

    그녀를 땅에 묻던 날. 장지에 뒤늦게 도착했다. 장지 관리를 위해 나온 사람이 주차장을 초입에서 통제하고 있었다. 차는 더이상 진입불가였고 결국 산 아래에서 뚜벅뚜벅 걸어올라 갈 수 밖에 없었다.

    거의 장지에 다다랐을 때쯤, 고인의 유품을 불태우는 곳이 나타났다. 그때 먼발치서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사내 한명이 걸어내려 오고 있었다. 왜였을까. 난 그가 내가 지켜봐야될 사람이라고 느꼈다.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화장터 같은 곳에서 가방을 불태었다. 그것은 최진실이 세상과 이별을 고할 때 입은 마지막 옷과 자신의 물건들이었다. 매니저 였다는 그와 담배 한대를 나눠 피웠고 그 물건들이 다 탈 때까지 한참동안 바라보며마지막을 보았다. 물론 직업이 직업이라 그나마도 기사로 한꼭지 처리하고 말았다.

    난 연예인이었던 그를 연예인답게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기자적인 입장에서 자살한 연예인 중 한명으로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옳다. 

    옆집 마당에 너무나 화려하고 흐드러지게 핀 목련이 봄을 맞은 나를 감성적인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늦은 저녘을 닭발집 벽에서 최진실의 사인을 발견했다. 그 위 아래는 이른바 그의 사단으로 불렸던 이들의 이름과 사인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최진실의 사인이 아마도 저것이었구나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며 휴대폰 기록으로 남겼다. 죽음은 결코 잊어지는 것이니다. 간혹 이런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추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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